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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상담교사 확보 1%뿐…고민 털어놓을 곳 없어
  • 작성일
    2008-08-21

상담교사 확보 1%뿐…고민 털어놓을 곳 없어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8.21 14:31 | 최종수정 2008.08.21 15:21


[한겨레] 학교·상담기관·병원 유기적 연계 정책 필요

"입시경쟁이 원인…근본 환경부터 바꿔야"

지난 6월 자살한 ㅇ양은 학교에서 자살예방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1년에 한 차례 실시하는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은 ㅇ양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 학교 2학년 ㅂ양은 "종이 한 장 나눠주고는, 어떤 선생님이 이런저런 말을 한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죽음의 벼랑 끝에서 고민하는 10대는 늘어만 가는데, 정작 이들을 보듬어줄 사회 안전망은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7일 중·고등학생 7만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학생이 23.4%를 차지했다. 자살을 시도했다고 밝힌 학생도 5.5%나 됐다.

학생들은 성적이나 진로, 부모와의 갈등, 외모, 친구 등 다양한 이유로 고민하다 끝내 죽음까지 선택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속내를 털어놓을 곳은 마땅치 않다. 서울 ㅁ고등학교 1학년 ㄱ양은 "담임선생님에게 개인적인 고민을 얘기하는 것은 창피하기도 하고 부담스럽다"며 "그렇다고 외부 상담기관에 찾아가자니 너무 일이 커지는 것 같아서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ㅇ고등학교 1학년 ㄱ양은 "친구가 가장 편하긴 한데, 고민 수준이 거의 비슷비슷해서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에게 친숙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까지 자살 고민이 올라오기도 한다.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은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성적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글을 올리고 상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학교에 상주하면서 학생들의 고민을 전문적으로 상담해줄 상담교사나 사회복지사 등이 좀더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1만947곳 가운데 전문상담 교사가 있는 곳은 1% 가량인 199곳에 그쳤다. 시·도교육청이 순회 상담을 위해 고용한 상담 교사를 합쳐도 480여명뿐이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전문상담 교사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어느 날 한 남학생이 찾아와 집안 문제 등 고민을 얘기하면서 펑펑 운 적도 있다"며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것은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관심은 자살을 막아주는 가장 강력한 치료제"라고 덧붙였다.

학교와 상담기관, 병원 사이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교수(소아정신과)는 "자살하려거나 우울증이 심한 학생들은 말이나 행동에서 징후가 나타나는데, 교사들이 이를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학생은 상담기관에 의뢰를 하고, 상태가 심각하면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는 등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인성보다 성적이 우선시되는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이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인 만큼, 우리나라의 교육 풍토에 대해서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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